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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갈원여병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6-09-17 21:55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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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낙원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김아영 작가는 “새로운 시대는 늘 새로운 매체를 가져오고, 새로운 매체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만든다”며 “미술은 늘 새로운 언어와 형식을 찾아 나서는 일”이라고 했다. 뒤쪽의 작품은 ‘딜리버리 댄서의 선: 0°의 리시버’(2024)이다. /임지훈 기자
“지난 3년 동안 해외에서 좋은 상을 많이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래상을 빼면 이렇다 할 미술상을 받은 적이 거의 없어요. 이중섭이라는 한국 미술의 거장 이름이 붙은, 미술사의 기록에 이름을 올려주는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디어 나한테도 왔구나’ 싶었죠.”
제38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아영 작가는 수상 소식을 들은 그날 밤, 늦도록 이중섭의 작품과 생애를 찾아봤다. 지난 8일 서울 낙원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어서 이중섭의 작품과 인생을 다시 훑어봤다”며 “보면 볼수록 ‘어떻게 이런 상이 나한테 왔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김아영의 작업은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결과물은 현실에 없는 세계다. 역사적 자료와 현장 조사,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린 뒤 이를 가상의 인물과 공간, 복수의 시간대가 뒤섞인 서사로 재구성한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현실의 조건을 비틀고 확장해 ‘사변적 픽션’을 만드는 방식이다.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 연작에서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가상의 도시를 질주하는 여성 배달 노동자를 통해 최적화된 시간과 노동, 이동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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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의 초기 작업은 1885년 영국군의 거문도 。령 같은 근대사의 틈을 파고들었고, 그의 이름을 알린 ‘딜리버리 댄서’는 미래로 향한다. 얼핏 정반대로 보이는 둘의 연결 고리는 ‘이동’과 ‘탈주’다. 자신도 영국 유학 뒤 도버해협을 건너 파리로, 다시 베를린으로 옮겨 다니며 “주거지가 없는 삶의 불안정성”을 체감했다. 그는 “이주하고 이동하고, 가만히 있지 않고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에 계속 끌린다”며 “특히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마이너리티 주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김아영의 영상은 전통적인 촬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사 촬영과 3D 컴퓨터 그래픽(CG), 게임 엔진, 모션 캡처,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한 화면 안에서 겹쳐 쓴다. 실제 배우의 움직임을 모션 캡처한 뒤 가상의 인물과 공간에 입히고, 게임 엔진으로 카메라와 빛, 공간을 설계한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와 영상을 섞기도 한다. 만들고자 하는 세계에 맞춰 여러 기술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특히 ‘딜리버리 댄서’ 연작에서는 게임 엔진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도시와 이동 경로를 구축했다. 2024년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에서는 생성형 AI도 본격적으로 작업 과정에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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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는 이미 피한다고 없어지는 기술이 아니고 인프라가 됐다”며 “검색을 할 때도, 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삶의 아주 미시적인 곳까지 들어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먼저 들여다보고 이해해야죠. 이 기술이 우리의 삶과 지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4년간 이어온 ‘딜리버리 댄서’ 연작은 올해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제는 10여 년 전 우연히 탄 택시에서 만난 중동 파견 근로자의 기생충 감염 이야기를 출발。으로 다큐멘터리와 바이오펑크(생명공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장르)를 결합한 장편 영상을 만들고 있다. 다음 작품 이야기를 묻자 그의 눈이 커졌고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미시사(史)가 어느 순간 보석처럼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알고도 작품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겠어요!”
김아영은 1970년대 한국의 중동 파견 근로자들을 다룬 작업을 시작으로 리서치 기반의 작업을 이어왔다. 이후 가상 캐릭터와 데이터의 이동, 디아스포라를 통해 동시대인들의 변화하는 삶을 드러내 왔다. 특히 노동과 이주, 데이터와 기술, 플랫폼과 네트워크 등의 변화를 포착하고 이를 게임, SF적 요소,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새로운 서사로 구성해 왔다. ‘딜리버리 댄서’ 연작에서는 알고리즘, 플랫폼 노동을 다루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재배치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중섭과 김아영은 살아온 시대와 사회적 상황은 다르지만, 불안정한 세계를 견디기 위해 이미지를 고도로 변형하고 압축한다는 공통.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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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이 전쟁과 가난 속에서 ‘소’와 은지화를 통해 시대적 파토스와 생명력을 표현했다면, 김아영은 AI와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같은 R기술을 스스로의 언어로 변형해 오늘날의 불안감과 사회적 소외, 노동과 생존을 표현한다. 그의 가상 캐릭터들은 시대의 압력과 긴장감을 표현하는 대리적 존재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은 이중섭을 과거의 ‘국민 화가’로 봉인하지 않고, 김아영을 통해 다음 세대의 예술과 연결하고자 했다. ‘사변적 픽션’의 방법론을 시각예술로 확장하고 영상과 픽션을 새로운 장르로 결합해 온 40대의 젊은 작가라는 。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고 판단해 김아영을 2026년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제38회 이중섭 미술상 심사위원회 강승완·김선정·김인혜·신정훈·정연심
☞김아영
김아영(47)은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넓혀온 한국 작가다. 2023년 오스트리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최고상인 ‘골든 니카’, 2024년 ACC 미래상에 이어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받았다.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영국 테이트,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와 샤르자비엔날레에 참여했고, 뉴욕 MoMA와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런던 테이트 모던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25),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26)에도 이름을 올렸다.
건너 파리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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